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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테 포르테 裸身의 巫曲 2

유튜브 제작에 관한 시나리오 및 노트

by 테하차피 작약꽃 2020. 11. 28. 0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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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이면 우리들은 수락산 기슭으로 출전한다.

왜 출전이라고 명명해야 하는지에 대하여 설명하고 싶다.

커다란 함지에 잔뜩 담은 빨래 가지와 반짝거리도록 닦아야 할 냄비와 칼국수를 제 각각 분담하여 들고나 서면 남동생들은 마치 전쟁을 치르러 가는 군사처럼 긴 칼을 들고 앞선다.

 
그것은 울창한 산길을 앞 서 걸으며 스치기만 해도 다리며 정강이에 생채기가 생기는 풀을 헤쳐주기 위한 것이다. 얏! 얍! 고함을 치며 마치 적군을 물리치는 병사처럼 나무칼을 휘두른다. 휘두르는 나무칼 공격에 놀라 달아나는 여치를 잡아 주기도 하고 잽싸게 도망가는 다람쥐를.. 잠자리를... 살아 움직이는 모든 것들과 함께 철없는 행군이 시작되어 맛난 음식 냄새나 예쁜 속옷들의 기억에서 멀어져 가고 있었다. 

매미 울음소리가 일단 멈추어 고요한 정적이 잠시 지나가고 걷잡을 수 없이 굵고 굵은 장대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얼마나 거세고 빗방울이 굵었던지 등때기며 팔 언저리가 따끔 거렸다.

하늘 저편은 파란데 우리가 걷는 길 하늘만 어두컴컴한 것이다. 칼을 휘두르던 병사들이 놀라서 뒤돌아 본다. 지휘자인 나는 그냥 돌진할 것을 명령했다. 어차피 계곡에 도착하면 입고 있는 옷은 벗어 빨아 나뭇가지에 걸어두고  놀다 내려올 때 즈음이면 다시 입고 올 수 있었던 것이기에 소나기를 맞으며 신나게 더 신나게 가고 싶었다.

빗물은 눈을 제대로 뜨지 못할 만큼 신나게 더 신나게 퍼부었다.

소나기는 소리를 삼켰다.

목청껏 불러 젖히던 소리를 삼키고 우리들의 노랫소리는 점점 더 커졌다.

포르테의 빗방울이 도로에 떨어지며 누런 흙탕물이 눈 깜짝할 사이에 불어나기 시작했다. 파랗던 저 편 하늘도 간 곳 없이 사라지고 사방은 어두웠다. 비는 쉽게 그칠 것 같지 않았다.


그때였다.

비.. 안 그친다. 산에 더 이상 가면 안 돼..

해끔한 여자 아이 하나가 나타났다. 우리와 마찬가지로 빗물에 흠뻑 젖은 그 아이는 해산하기 웃으며 이제 더 이상 산에 가면 너희들 다 죽는다.라고 말했다. 그럼 너는...이라고 내가 말하자.

나도 산엔 안가 죽기는 싫어.

그럼 어쩌지? 이렇게 다 젖어서 돌아가면 일거리만 태산인데..

내가 도와줄게.. 나 빨래 아주 잘한다.

가느다란 그 여자아이가 앞 서 걸으며 따라오란 시늉을 했다. 빗물에 젖은 얼굴이 희고 창백했다. 냉큼 냉큼 앞서 걸으며 우리를 이끌어 가는 처음 보는 여자아이는 신비한 느낌이 들었다. 뭐 하는 아이기에 이 산에서 혼자 있었을까? 옷차림이나 얼굴을 보아서는 나쁜 아이 같아 보이지는 않았다.

그 여자아이는 산이 익숙한 아이였다. 장대비가 그리 요란하게 내리치는데도 길가에 산딸기를 금세 알아보았으며 손동작도 무척 빨랐다. 애호박도 두 개나 따주었으며 더 신기한 것은 어린 가지를 날로 먹으면 달큼하고 쌉싸롭한게 맛깔 난다는 것을 가르쳐주었다. 

연주.

자신의 이름이 연주라고 가르쳐 주었다. 우리가 만난 수락산 입구에서 이틀 밤이나 잤다고 했다. 연주는 통 말이 없었다. 그저 웃어 주는 것이 최대한의 응답이었고 들판을 거침없이 쏘다니는 재주가 뛰어난.

고운 아이 연주는 소나기 속에서 만나 우리와 운명적인 합류를 하게 되었다. 한해 여름이 지나고 겨울도 지나고 우리는 새해를 맞아 몸도 자라고 마음도 많이 자랐다. 또다시 언덕배기 꽃밭에 이 전 여름보다 더 수북이 꽃모종을 심었다. 책을 끼고 술을 마시러 나가는 작은 언니를 연주는 이렇게 불렀다. 해님.

눈이 내리던 밤엔 눈이 내리는 기쁨으로 우리는 함성 지르며 산 근처를 돌아다녔고 잎이 떨어지면 떨어지는 잎만큼이나 처연하게 목을 떨구고 가만가만 돌아다녔다.

그동안 우리 생활도 변화가 있었다. 해님 언니 덕분에 동네 아이들 과외를 하게 되었고 능력을 인정받게 되자 다시 종로까지 진출하게 되어 나는 소원대로 아침 출근은 아니지만 출근과 퇴근을 하게 되었고 그제야 내 공부도 비전을 보이기 시작했다. 퇴근이라고 해야 늦은 밤 시간. 마지막 버스가 도착하는 시간이면 어김없이 연주는 정류장에 나와서 나를 기다려 주었다. 

스물 어느 날의 내 여름이었고 열일곱 연주의 여름이었다.

며칠째 광적으로 퍼부어 대는 소나기가 우리를 또다시 포르테로 몰아갔다. 슬픈 이야기들을 생채기처럼 조금씩 긁어가며 살았던 아이들에게도 도저히 참지 못할 격한 시간이 있는 법이었다. 우산을 받치고 나를 기다려준 연주가 느닷없이 울음을 터트린 것이다.

연주를 버린 채 어디론가 사라진 엄마 이야기.. 날마다 술에 젖어 집안을 부수고 난동을 부리던 연주의 아버지. 그리고 언제나 차가운 눈길로 연주를 대하는 새엄마. 일 년이란 시간이 흐르면서 조금씩 알게 된 연주의 이야기는 연주가 날 가지를 먹으면 참 달다고 말하게 되었던 그 날까지 견뎌온 시간이 귀하기까지 했던 것이다. 웅숭그리며 서로에게 체온을 유지해가며 겨우 견뎌온 아이들이 울음을 터트리면 밤새 하늘도 함께 울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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