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물에 젖은 꿈.
구십 년 초 어느 해 대학 가요제에서 파초 김동환의 시 북청 물장수에 곡을 붙혀 선에 드는 것을 보며 매우 기뻐했다.
새벽마다 고요히 꿈길을 밟고 와서 머리 맡에 찬물을 쏴 - 퍼붓고는 그만 가슴을 디디면서 멀리 사라지는 북청 물장수.
물에 젖은 꿈이 북청 물장수 부르면 그는 삐꺽 삐꺽 소리 치며 온 자취도 없이 다시 사라져 버린다.
날마다 날마다 기다려지는 북청 물장수.
귀절에 물 같은 출렁이는 음율을 주니 외우기도 쉽고 마음에 더 가까이 다가오질 않았던가.
덕분에 아이들도 쉽게 북청 물장수를 때없이 줄줄 외운다.
오늘 처럼 비라도 내리는 날 이른 아침 잠에서 깬 부스스한 목소리로 한 수 던진다.
'새벽마다 고요히....' 라고 운을 떼 기다리면 눈을 뜨지도 않은 채 '머리맡에 찬물을 쏴아아아...' 하고 한 수 받고
아침부터 노래야 노래가... 뒤척이며 다시 잠든다.
시를 부러 외우기가 쉽지는 않다.
그러나 우리네는 시를 많이 외워야 한다.
시를 읊으므로서 나도 너도 모르는 사이에 마음이 정화 되어 진다는 것을 알리고 싶다.
책에서 얼핏 읽음으로 외워지는 시란 불가능하다.
일상 생활에서 스치고 지나가며 눈으로 읽다보면 어느새 외우게 되는 것이다.
화장실 마른 자리에 김수영의' 풀잎'이란 시를 적어 몇 달을 붙혀 놓았더니 쏠쏠한 소득이 있었다.
식탁 바로 위 벽에는 어린 강아지 사진과 함께 밥을 먹을 때 늘 감사히 여기며 먹으라는 의미의 '오관계' 를 써 두었더니 저희끼리도 가끔 오관계 오관계 하며 서로 주고 받는다.
마음에 온 갖 욕심 버리고 육신을 지탱하라는 의미의 짧은 글이다.
북청 물장수의 시를 쓴 배경이야 말 할 나위없이 조국의 해방을 간절하게 기다리는 마음을 목마르게 표현한 것 이지만 음율을 따라 콧노래로 부를 때마다 신선함으로 느껴지는 것은 문학이 영혼 깊은 곳으로 부터 길어 올려지는 샘물이 라는 의미가 새록새록 깊어진다.
해마다 무궁무진하게 발표되는 현대시에 애틋한 마음이 가지 않는 것이 무엇인줄 모르겠으나 되새김질 하며 외고 또 외워도 싫치않는 1922년..1930년 대의 시들이 새롭게 느껴진다.
고요한 새벽 자리에서 눈을 뜨기도 전에 유리창을 때리는 빗줄기 소리를 들으면 그만 가슴을 디디면서 멀리 사라지는 북청 물장수의 사브작 거리는 발 소리를 듣는다.
아마 간 밤 꿈 길에서 보였던 허망한 이들의 발 소리 때문이였으리. 친근한 이가 꿈길에서 아프다 하면 함께 아파 할 수 없음이 조갈나는 아침을 만든다.
친근한 이가 꿈 길에서 허둥지둥 뒷 모습을 보이며 걸어가면 아쉬워 넓은 창만 끝없이 내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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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 글을 뒤적여 포스팅해본다.
무엇때문인가....되짚어보니 바로 어제 그제 이틀간 해도 못다한 물통 작업 때문이다.
지난 해 4월 끝 날 한치 앞도 안보이도록 눈이 내렸었다.
헌데 금년엔 딱 두번 해맞이 눈이 내리고 말았다.
이 집 저집 할 것 없이 산중에 있는 집들은 가뭄이 극심한 금년 여름을 보내느라 물 통 교체를 한다 물 세가 더 올랐다 하며 만나면 물 이야기들이다.
산장은 물 난리에서 조금 비껴 서 있다. 감사한 축복이라 늘 조아리며 펑펑 솟아나는 샘물을 미뻐하고 있다.
아래 사진도 산딸나무라는 참 곱고 고운 꽃과 열매를 보여주는 그리운 나무다.
3년전 욕심껏 구해서 심었던 씨앗들이 이렇고 저러한 사연들로 인해 겨우 몇 그루 살아남겼다.

한국처럼 자연이 선물해 주는 물이 있었다면 몇 해가 지난 올해는 사진처럼은 아니더라도
몇 송이 흔적은 보여주었을 것인데 쪼그라들며 들며 힘겹게 자라는 모습을 보자니
애잔하기 그지없다.
물 이야기며 물통 작업 때문인지 간밤 꿈에 철렁 철렁 물소리가 넘치도록 강물 꿈을 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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