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30/2016 21:05
조회 1592 | 추천 6 | 스크랩 0

산에서
박재삼
그 곡절 많은 사랑은
기쁘던가 아프던가
젊어 한창때
그냥 좋아서 어쩔 줄 모르던 기쁨이거든
여름날 헐떡이는 녹음에 묻혀 들고

중년 들어 간장이 저려오는 아픔이거든
가을날 울음 빛 단풍에 젖어들거라
진실로 산이 겪는 사철 속에
아른히 어린 우리 한평생

그가 다스리는 시냇물로
여름엔 시원하고
가을엔 시려오느니
사랑을 기쁘다고만 할 것이냐,
아니면 아프다고만 할 것이냐

별도 영원하지 않고 때가 되면 죽게 된다.
죽음이 임박하면 아주 크고 밝은 별들은 초신성으로 폭발하는데, 이 순간 별은 이전에는 경험하지 못한 엄청난 열과 압력 아래 놓인다. 철을 넘어서는 물질들이 생겨나는 건 바로 이 특별한 순간이다.
이어 그 엄청난 폭발로 이렇게 만들어진 물질들이 주변의 우주공간으로 산산이 뿌려져 우주의 먼지가 되어버린다.
우리가 삼라만상이라고 부르는 세상 모든 것들이 이렇게 만들어지고 퍼져 나갔다.
지구의 지각을 이루고 있는 주요 원소인 산소, 규소, 알루미늄, 철, 칼슘, 나트륨, 칼륨, 마그네슘 등과 그것들이 만들어내는 산과 들, 강물과 돌, 자연, 그리고 휴대폰, 컴퓨터, 자동차, 같이 인간이 만들어낸 물건들도 물론이다.

그리고 여기에는 인간을 위시한 생명도 물론 포함된다.
생명체를 이루는 6개의 주요 원소는 탄소, 수소, 질소, 산소, 인, 황인데 이것들도 모두 별이 죽으며 흩뿌린 우주의 먼지에서 왔다. 그중 인은 동물의 뼈와 디엔에이(DNA)를 구성하는 중요한 원소인데 2013년 말 서울대의 구본철 교수와 윤성철 교수, 이용현 연구원 그리고 토론토대학의 문대식 교수 등이 참여한 연구팀이 초신성 잔해의 관측을 통해 그 기원을 증명하기도 했다.

그러면 우리가 죽은 다음에는 어떻게 될까. ‘먼지에서 먼지로’라는 말처럼 썩어서 흙으로 돌아간다는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다. 하지만 거기서 끝나지는 않는다.
흙과 섞인 우리 몸속 모든 물질들은 사라지지 않고 미생물이나 동식물의 양분이 되어 생태계 속을 계속 순환한다. 그런 나날들이 마치 무한처럼 반복되지만, 어느 시점이 되면 드디어 변화가 일어난다.
수십억 년 뒤 태양이 수소 연료를 다 써가면서 뜨겁고 거대한 적색거성으로 변하기 때문이다.
태양이 팽창해 지구 궤도에 점점 가까워지면 지구는 엄청난 열로 모든 것이 녹아, 생물은 물론 산도 바다도 들판도 없는 밋밋한 구체로 변한다. 우리의 고향 지구가 마침내 종말을 맞게 되는 것이다. 그러고는 결국 태양에 흡수되어 지구 안에서 순환하던 우리 몸속의 물질도 원자 상태로 그 속에 녹아든다.
이렇게 우리 모두를 흡수한 태양은 이제 탄소로 된 핵을 제외한 모든 물질을 우주공간에 다시 방출하고, 그렇게 방출된 물질들은 허공을 떠도는 우주먼지, 즉 스타더스트가 된다. 이 미세한 먼지들은 기나긴 세월이 지나면서 다시 천천히 모이고, 중력 수축을 하며 가스 원반을 형성한다.
그렇게 수축하고 회전하면서 중심부의 온도는 서서히 올라가게 되고 어느 시점을 지나면 이제 충분히 뜨거워져 수소의 핵융합 반응을 일으킬 정도에 도달한다. 바로 새 별이 탄생한 것이다.
그러는 과정에서 주변의 물질들은 별의 주위를 돌며 돌과 가스 덩어리의 행성들을 만들고 땅과 하늘, 산과 바다 같은 것들이 생겨난다. 그중 일부에서는 지구에서 그랬듯이 생명이 생겨나 언젠가는 자신을 생각하고 우주를 바라보는 존재가 될 것이다.

비 한 방울 내리지 않은 뜨거운 여름이 지나갔다.
이토록이나 보고 또 보아도 아름답고 가슴 설레는 자연도 내 강아지들도 내 사랑의 모든 것들도 우주의 먼지로 돌아간다는 서글픈 우리는 별에서 온 물질들을 통해 생명을 얻어 살다가 언젠가 다른 별과 행성, 생명의 씨앗이 되는 것이다.
이 대순환의 드라마는 너무나 광대하기 때문에 두렵기조차 하지만, 그 의미를 들여다보면 건조하게만 여겨졌던 이 물질세계에 내재된 일종의 영성을 마주할 수 있다.
부나 권력 같은 세속적인 가치들이 숭상되는 세상이지만 이 광막한 시공간 속에 우리의 시간은 찰나요, 존재는 티끌일 뿐이다. 그래서 그런 것들은 죽음과 소멸을 마주하기 위한 내면의 힘이 되지 못한다.
눈이 쌓였던 자리에 타들어가는 잎들의 몸부림이 아프게 보이고 구월의 날이 다가오는 이즈음 눈 사진을 뒤적이다 사랑 그 쓸쓸함에 대하여... 는 또 왜 어느 블로그에서 잔잔히 들려오는지.
과학은 철학이고 부질없는 망상을 짓지 못하게 해주는 힘이다. 한겨레에서 발췌.
| 꿀벌을 살려야 인류가 산다! 꿀벌 학교에 다녀왔습니다. (0) | 2020.12.04 |
|---|---|
| 바람의 빛갈을 닮은 사랑하는 나의 주니어에게. (0) | 2020.12.03 |
| 정말 고맙고 고마웠다. 사랑하는 나의 주니어! (0) | 2020.11.27 |
| 그 녀석을 만나다! (0) | 2020.11.26 |
| 그리운 것 그리고 참으로 미안한 것 (0) | 2020.08.28 |
/* 본문 가운데 정렬 - 모든 요소 */ .area_view .article-view * { text-align: center !important; } .entry-content * { text-align: center !important; } #content p { text-align: center !important;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