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폭설이 내리면
아무도 찾지 않는
장작불 지핀 초가집에 가서
아랫목에 배 붙이고 군고구마 까먹으며
시를 써야겠다
오늘 내리는 눈이
내일도 내리고 한 댓새 내려
그리움만 날아드는 산골짝
경계가 사라진 논, 밭두렁에
강아지처럼 뒹굴어 보고 싶다

어스름 녘에는
처마 밑에 허기진 새떼가 올 테고
내 어린 시절 가난의 추억이
새록새록 날아들 거다
간혹 들리는 산짐승 울음에
생의 의미를 깨달으며
꺼져가는 촛불의
심지를 돋우며 시를 쓰는 거다


눈밭에 사슴 같이
기진맥진해 돌아오면 아내가
김치 볶음밥 지질 것이고
수심에 찬 아내, 그늘진 아내의 얼굴이
더 예쁘게 보일 거다
폭설이 내리면
삶을 잠시 놓고
나는 방랑 길에 올라볼 거다.
폭설이 내리면 - 최홍윤-


원 없이
한순간도 멈추지 않고 나리는 눈을 바라보며 지낸 닷새.
연실 기침을 하면서도
나는
내리는 눈속에 서 있었다.
정말 원없이 바라보았다.
쌓인 설원에는 산꿩이 오소소 달리고
바삐 달아나는 산토끼
이제 막 머릿결이 솟는 어린 후투티와
흰 눈 속에 붉은 머리깃이 참도 이쁜 딱다구리라니!
01/11/2016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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