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31/2014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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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8월 31일
노동절로 이어지는 연휴라 일요일인데도 마음부터 분주하다.
어쩌다 다들 노는 날이면 더 바빠지는 일만 골라 지금껏 살다 보니 한가해 질 틈이 없다.
오늘이 8월의 마지막 날이라는 생각에 공연한 초조함도 더한다.
처마에 매달린 풍경들을 뎅그렁 깨우는 소리에 마당으로 나서니 바람이 먼저 다가와 아침 인사를 한다.
어제 한낮과는 전혀 다른 느낌. 말그대로 소슬바람이다.
입추와 처서라는 가을 절기들이 지나가면서도 오늘 아침의 한줄기 바람처럼 가을을 피부속까지
느끼게 해주지는 못했다. 뒷껸의 단풍나무들도 아직 이파리가 시퍼런데.
까마득한 시절 라이너 마리아 릴케 라는 체코 태생의 독일시인이 남긴 <가을날> 시를 읽었던 기억과
만해 한용운 스님의 < 님의 침묵 >이 머릿속을 맴돌며 갓 갈아 내려 마시는 커피향을 돋운다.
주여! 이제 때가 되었군요.
지난 여름은 위대했습니다.
당신의 그림자를 해시계위에 드리우고
들판에는 바람이 일게 하소서.
이틀만 더 남쪽의 따듯한 기운이 포도를 익게 해주시고
모든 과일이 완전히 영글게 도와주소서.
아직 집이 없는 사람은 더이상 집을 짓지 못합니다....
이런식으로 이어지는 시인듯 한데 기억이 희미해서 바르게 옮겼는지 확실치 않다.
만해의 <님의 침묵>은 고등학교 시절부터 수없이 되풀이 외던 거라 그대로 옮기는데는 문제가 없으나
이 시가 가을과 무슨 연인지는 설명할 길이 없다. 그저 나의 느낌일 뿐.
님은 갔습니다.
아아 사랑하는 나의 님은 갔습니다.
푸른 산빛을 깨치고 단풍나무 숲을 향하여 난 작은 길을 걸어서 차마 떨치고 갔습니다.
황금의 꽃같이 굳고 빛나던 옛 맹세는 차디찬 티끌이 되어서 한숨의 미풍에 날아 갔습니다.
날카로운 첫 키스의 추억은 나의 운명의 지침을 돌려놓고 뒷걸음쳐서 사라졌습니다.
나는 향기로운 님의 말소리에 귀먹고 꽃다운 님의 얼굴에 눈멀었습니다.
사랑도 사람의 일이라 만날 때에 미리 떠날 것을 염려하고 경계하지 아니한 것은 아니지만
이별은 뜻밖의 일이 되고 놀란 가슴은 새로운 슬픔에 터집니다.
그러나 이별을 쓸데없는 눈물의 원천을 만들고 마는 것은 스스로 사랑을 깨치는 것인 줄 아는 까닭에
걷잡을 수 없는 슬픔의 힘을 옮겨서 새 희망의 정수박이에 들어 부었습니다.
우리는 만날 때에 떠날 것을 염려하는 것과 같이 떠날 때에 다시 만날 것을 믿습니다.
아아 님은 갔지마는 나는 님을 보내지 아니하였습니다.
제 곡조를 이기지 못하는 사랑의 노래는 님의 침묵을 휩싸고 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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