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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편. 할아버지는 염소에게 젖을 얻어 치즈를 만들어 주셨다.

유튜브 제작에 관한 시나리오 및 노트

by 테하차피 작약꽃 2025. 3. 13. 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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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는 동물을 좋아하셨다.

뒷마당에는 염소집이 있다. 염소들은 염소 우리에 갇혀있거나 목에 줄이 매달려있지 않았다.

마당에는 울타리가 있었는데 닭들도 염소들도 모두 학교 운동장처럼 돌아다녔다.

나는 학교에서 돌아오면 염소들과 놀았다. 염소들은 내가 가까이 가면 내 앞으로 모였다.

학교에서 선생님이 하셨던 것 처럼 앞으로 나란히 도 해주고 차렷도 알려줬다.

아기 염소들은 내 친구였다.

놀다가 따듯한 염소집에 들어가면 아기 염소들도 내 곁으로 왔고 우리는 노란 짚덤불 위에서 잠을 잤다.

염소는 몸이 까만색이 아니고 갈색이였다. 양과 염소를 구별하지 못했기 때문에 나는 염소라고 부른다.

아기 염소들에게 이름을 지어주고 이름을 불렀다.

어떤 이름은 너무 웃겼다.

보름에 태어난 아기 염소는 보름이.

겨울에 태어나 염소집이 춥다고 보자기로 아기 염소를 덮어준 날은 아기 이름이 보재기가 되기도 했다.

나는 아기 염소 이름을 행여 잊을까 싶어 크레용으로 엉터리 그림을 그려서 이름을 쓰고 염소네 집 기둥에 붙여놓았다.

눈이 오거나 추운 날에 할아버지는 쌀가마니를 잘라서 염소네 집에 깔아주셨고 입구에도 가마니로 커튼처럼 문을 달아주셨다.

할아버지가 일하러 가시지 않는 날 나는 보재기와 보름이하고 놀았고 할아버지는 보름이 엄마에게 말을 걸었다.

대야에 따듯한 물을 담아오셨다. 따듯한 물에 수건을 적셔서 어미 염소젖을 닦아주신다.

염소는 할아버지 말을 잘 듣는다. 착한 엄마다.

에미 염소야.....젖을 좀 빌려다오.

에미 염소야 네 젖을 좀 빌려다오.

이렇게 말씀하시며 따듯한 수건으로 어미 염소의 젖을 닦는다. 착한 어미염소는 할아버지 곁에 가만 서있다.

어미염소에게서 얻은 젖은 둥그런 나무통으로 들어가고 할아버지는 나무통에 달린 손잡이를 돌리시며 노래를 불러주신다.

이 풍진 세상을 만났으니 너의 희망이 무엇이냐

부귀와 영화를 누렸으면 희망이 족할까

푸른 하늘 밝은 달 아래 곰곰이 생각하니

세상만사가 춘몽 중에 또다시 꿈같도다

나는 이 노래도 알고 있다.

할아버지는 어미 염소에게 얻은 젖이 들어있는 나무통 손잡이를 돌리시며 이 풍진 세상을 만났으니 노래를 부르고 나는 아기 염소들 곁에서 할아버지 따라 노래를 부른다.

우리들의 여름과 가을 그리고 겨울이 그렇게 지나갔다.

할아버지가 염소에게 얻은 젖을 나무통에 넣고 꽤 오랜 시간을 돌려서 만들어진 것은 연노랑색 치즈였다.

부드러운 치즈는 놋그릇에 담겨서 밥상 위에 놓였다.

나는 3살 무렵 폐렴에 걸렸었다고 했다. 거의 죽을 위기에 놓여 있었고 엄마가 수혈을 해줘서 겨우 살아났다고 했다.

엄마는 나에게 종종 그때 수혈을 못 받았으면 너는 죽었을 거야....라는 말을 했다. 수혈을 시작하며 피가 들어가자 마술처럼 너는 볼이 발그레 해지고 가슴이 볼록거리며 심장이 팔딱거리기 시작했었다고 말했다.

나는 겨울이 가까이 오기만 해도 기침을 했다. 엄마는 편물점에서 모자에 목도리가 양쪽으로 길게 달려있는 기침 방지용 목도리를 짜서 보내줬다. 곤색이였고 모자에 큰 방울이 달려있었다. 길게 달려진 목도리로 목을 두세 번 돌려 감고 코와 입을 바람으로부터 막았다.

나의 기침은 할아버지를 슬프게 했다.

할아버지의 아들 그러니까 나의 외삼촌 이 동 씨는 일본으로 공부하러 갔었다고 했다.

이 동 삼촌 사진을 보았는데 눈이 동그랗고 얼굴도 이뻤다.

일본 학교 교복을 입은 사진은 할아버지의 치부책 안에 언제나 들어있었다.

엄마도 할아버지도 눈이 동그랗고 이쁘다.

외삼촌 이 동은 일본으로 공부하러 갔는데 폐렴으로 죽었다고 했다.

할아버지는 내가 기침을 조금만 해도 품에 안고 어쩔 줄 몰라하셨다.

할아버지 집은 바닥이 춥다.

내가 기침을 하면 할아버지는 배 위에 나를 올려놓고 벽에 기대어 잠에 드신다.

나는 어른이 된 지금도 몸이 아플 때면 그때 그 따듯했던 할아버지 숨소리와 등을 토닥여주던 손길이 너무도 그립다.

염소에게 젖을 얻어서 나무통에 넣고 몇 시간을 돌려서 만든 치즈는 할머니가 지으신 따듯한 밥 위에 놓인다.

할아버지는 숟가락에 절반쯤 치즈를 올려서 내 밥그릇에 올려주시며 어미 염소에게 얻은 젖이니 고맙다고 말하고 먹거라. 하신다.

보름이, 보재기 엄마 고맙습니다. 잘 먹겠습니다.

할아버지 고맙습니다.

저를 잘 길러주셔서.

이 말을 단 한 번도 못 하고 할아버지와 작별한 그 순간이 또 사무치게 그립고 슬프다.

할아버지는 나에게 치즈를 먹이면 튼튼해질 것이라고 믿으셨다.

아기 염소들이 어미젖을 먹고 튼튼하게 잘 자라는 것처럼.

검은색 콩과 호두와 검은깨는 할아버지가 구해오신 꿀에 버물여 작은 항아리에 넣고 한지로 밀봉해 둔다.

그것은 기침에 특효약이라고 하셨다.

그 기침약을 만드는 날에 두 분은 너무나 바쁘시다.

그리고 매우 행복해하신다.

한지로 봉인해 둔 항아리에 든 기침약은 겨울에 먹게 되는데 미군 수저로 푹 떠서 입에 넣어주신다.

나는 입을 열면 절대 안 된다.

두 분이 돋보기를 쓰시고 내 입만 보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몇 번 토를 했다. 속이 울렁거리더니 그만 순식간에 토를 했다.

그 후로는 두 분이 감시를 하셨다. 입을 열면 토 나온다 입을 꼭 다물고 꼭꼭 씹어서 꿀떡 넘겨라.

지금 생각해도 속이 울렁거린다. 나는 아직도 꿀을 먹으면 머리가 아프다.

최근에 알았다 그 기침약 이름이 경옥고라는 것을.

우리는 기침을 무서워했다.

겨울엔 방안에 요강을 들여놓았다.

나는 가능한 밖에 나가지 못한다. 밖은 너무 춥기 때문이다.

너무 웃긴 이야기다.

나는 쉬가 마려우면 윗목에 놓인 요강에서 쉬를 한다. 문제는 쉬가 아니다.

낑낑 거리며 응아를 하면 두 분은 아랫목에서 나를 보시며 다 같이 힘을 준다.

요시 요시~ 즐거운 표정으로 다 같이 응야를 하는 것이다.

동무들도 없이 할아버지와 할머니 하고만 놀아야 하는 나는 겨울 방학이 길고 길었다.

할아버지는 우산 살로 뜨개바늘을 만들어 주셨다.

두 개의 대나무 우산살을 같은 길이로 자르고 부드럽게 갈아주셨다.

그리고 촛불에 바늘 끝을 태우고 촛농을 발라서 다시 천으로 문질러서 정말 부드럽게 만들어주셨다.

나는 뜨개질을 할아버지로부터 배웠다.

바로 뜨기로만 해도 중간에 코가 빠졌다.

손가락에 실을 감아 바늘에 돌릴 때면 나도 모르게 침이 흘렀다.

할아버지는 나의 그 모습을 너무 좋아하셨다.

코가 빠져서 중간에 가늘어졌다가 다시 코를 주워 들쭉날쭉한 목도리는 두 달이 더 걸려서 완성되었을 것이다. 그 겨울 내내 나는 뜨개질을 했고 장갑을 뜰 때는 뜨개바늘이 4개가 필요했다.

나의 뜨개 실력이 늘어가자 할머니는 오래된 조끼를 풀어서 주전자에 물을 끓이고 주전자 입구로 실이 나오게 하여 새 실을 만들어주셨다.

새실 만드는 일은 할아버지가 하셨다.

어린 손녀에게 뜨개질을 가르쳐주신 할아버지는 정말 행복하셨을 것이다.

훗날에 나는 할아버지로부터 배운 뜨개질로 아기 조끼는 3일이면 거뜬하게 만들고 어려운 무늬를 넣는 스웨터며 남자조끼들을 멋지게 만들어냈다. 동네 아낙들이 부러워했다.

아들을 잃고 아내도 잃고 무남독녀 딸 하나를 손에서 땅 위로 내려놓지도 않고 기르셨다는 나의 엄마.

아끼고 사랑한 딸에게서 얻은 첫 손녀인 나는 할아버지에게 세상의 전부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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