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
휘날리더라
오늘도 옷고름 씹어가며
산제비 넘나드는 성황당 길에
꽃이피면 같이 웃고
꽃이 지면 같이 울던
알뜰한 그 맹세에
봄날은 간다
새파란 풀잎이 물에 떠서
흘러가더라
오늘도 꽃편지 내던지며
청노새 짤랑대는 역마차 길에
별이 뜨면 서로 웃고
별이 지면 서로 울던
실없는 그 기약에
봄날은 간다
봄날은 간다
봄날은 간다
봄날은 간다
시간을 거슬러 거기에 가서 머물러야 잊혔던 날들이 떠오르고 잠겨져야 글이 써지는데
시공간을 초월하는
순간 이동은 인터스텔라의 크리스토퍼 놀란이
아니고서야 가능하지 않다.
돌아보고 돌아가 그곳에 머물 수 있는 순간이동의
환각 환청을 불러올 수 있는 공간은
음악이다.
봄날은 간다 노래를 들으면 기찻길 냄새도 나고
쓸쓸한 사람들 뒷모습을 떠올린다.
정작 봄이 오면 봄 한가운데 서 있거나 했을 땐
떠오르지 않는 노래.
겨울의 초입에 들어셨을 때 나는 이 노래가 기억에서 떠나지 많아.
엄마의 학창 시절 사진이 생각나고 곱슬한 파마머리 처녀 세 명이 양산을 쓴 채 나무 그루터기에 올라
각자 모양을 내고 앉았던 그림엽서 같은 풍경이
그려진다.
그녀들의 저고리 색이 연분홍이었는지
흰 저고리였는지는 구별하기 어렵다.
사진은 흑백이었기에 입술연지를 분명
발랐을 터인데 느껴지기만 할 뿐 색을 구별하기
어렵다.
그녀들은 어느 다른 한 장의 사진에는 선글라스
그땐 색안경이라 했다는 엄마의 자랑이 기억난다.
셋이서 똑같은 모양의 색안경을 그 어려운 시절에
어떻게 구했는지 알 도리 없지만 그녀들은 흰 양말도
똑같이 신고
햇살보다 더 밝고 환하게 웃고 있었지.
노래는 노래의 힘은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실력보다
무한한 힘을 갖고 있다.
지금 나는 시간 여행을 하고 있다.
며칠 전 내린 눈으로 갑자기 떨어진 기온이
연못 주변에 상고대가 피고 세상 맑고 깨끗한 면경을 만들어
냈고 연못 안에 살고 있는 무지개 송어들은 다른
화면의 세상처럼 보이는 송어의 시간을 구경한다.
절대 만질 수 없는 시간여행의 일부다.
봄날은 간다 연주곡을 연속으로 들으면서 오래전
시간 속으로 돌아가는 커튼을 밀치 듯.
들어가면
새파란 풀잎이 물에 떠서 흘러가더라.
꽃편지 건넸던가?
아득하게 받아본 꽃편지는 연분홍 치마가 휘날려
휩쌓여 날아가고.
단풍나무가 물이 다 들기도전에 성급하게 와버린
겨울이 하룻밤 사이에 만든
서글프게 아름다운 숲길에
실없는 그 기약이
물에 떠서 흘러간 새파란 풀잎이
연분홍 치마를 휘날리게 하던 그 봄 바람이
알뜰한 맹세로
가슴 시리게
서 있다.
여기 이곳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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